올해의 띵작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오늘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우선 대략적인 영화 줄거리만 소개하자면, 우주선에서 기억을 잃고 깨어난 주인공이 인류를 구하러 온 목적을 깨닫고 외계인과 만나 우정을 쌓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올해가 상반기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감히 더는 이보다 띵작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제목을 달았다. SF를 좋아하든, 않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 재밌게 볼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감상평.
이젠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영화에 대한 정보 일체 없이 보고 싶은 사람은 주저없이 돌아가기 버튼을 누르길 바람. 다 보고 난 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한 사람만 스크롤!
처음 주인공이 등장할 때 몰골이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요즘 영화답게 속도감 있게 진행돼 괜찮았다. 나는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보고 난 뒤에 후기나 정보, 반응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선지 초반은 아주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다만, 초반부터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탄탄한 배경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원작이 따로 있다는 걸 가늠할 수 있었다. 속도감 있는 초반 러닝과, 원작 있는 영화라는 확신으로 지루한 부분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었음.
이 영화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 라이언 고슬리. 찌질하고 말 많고 인간적인 주인공 연기를 정말 잘했다. 거기다가 생긴 것도 매력 넘쳐서 눈 호강은 덤. 간지나게도 생겼다 참.
주인공의 캐릭터가 멋있는 척 안 하고 꽤 현실적인 인간인 점도 맘에 든다. 물론 이 정도 천재 과학자는 비현실적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인성이 보통 사람 그 자체. 혼자 말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대사도 웃기게 꽤 잘 친다.
이 영화는 과학적인 가설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뒷받침돼 있는 게 강점인데, 공상 과학 이론을 정교하게 설계된 세계관에 빈틈 없이 녹여내면서도 차갑고 고립된 우주라는 공간에 드라마와 휴머니즘, 적절한 유머와 감동을 균형 있게 배치해서 장르적 쾌감과 가슴 깊은 울림을 동시에 준다.
멸망 직전의 지구를 살리러 온 히어로 치고 너무 등떠밀려서 온 것도 인간적임. 보통 이런 경우 원동력이 지구에 있는 딸이나, 연인 같은 사랑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냥 해야 하는데, 할 사람이 없어서, 하게 돼서 한 케이스인 게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서사적으로 매끄럽게 풀어낸 점도 주목할 부분. 처음엔 생존과 회피를 우선해 지구의 멸망 위기에도 우주선에 타기를 거부했던 주인공이 외계인 로키와 쌓은 우정과 교감을 이후 지구로 돌아가던 마지막 여정에서 로키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운전대를 돌리는 결단을 아무런 괴리감 없이 개연성 있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명장면을 꼽으라면 외계인과의 조우하던 그 순간이 최고. 특히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다 보니, 외계인이 나타나자마자 공격당할까봐 두근두근 하면서 봤다. 라이언이 두려워할 때 나도 덜덜 떨었음.
한눈에도 우주선이 인간이 만든 것보다 뛰어나 보이고 외계인의 모습도 매우 신선함. 돌덩이 외계인이라니, 맙소사. 게다가 이 무식하게 생긴게 인류 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가진 문명으로 등장하는 게 참신했다.
그동안은 보통 영화에서 외계인이 등장하면 서로 한정된 자원을 놓고 싸우거나 한쪽이 정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전혀 다른 종족끼리 아무 적대감 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우주 한복판에서 서로 의지하며 우정을 쌓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 영화가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
아무리 라이언이 멋있다고 해도, 등장 인물(?) 중에 최고로 사랑스러운 건 단연 로키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죽겠음. 성격이 완전 댕댕이 같고 밝은 로키.
특히 위기 속에서 라이언 살릴 때 록키 죽은 줄 알고 정말 엉엉 하고 울었다. 라이언한테 연료를 나눠주고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짝꿍한테 돌아가는 시간을 6년이나 흔쾌히 늦출 때도 너무 슬퍼서 눈물이 뚝뚝 떨어짐.
그 흔한 러브 라인 하나 없이, 회상 씬 빼고는 단 두명의 등장 인물(?)만으로 이렇게 깊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가 있다니. 물론 동물 버디물 같은 것도 있고 여기에 SF, 아포칼립스 등을 조화롭게 융합해서 흥행 코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근래 본 영화 중에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 만든 작품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작품에 대한 정보 등을 찾아봤는데 영화 '마션'으로 유명한 SF 작가 엔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의 '헤일메리'는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문인 성모송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승부수'를 뜻한다고.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고 공을 높게 전지는 도박성 긴 패스에 사용되는 용어라고 함.
소설에서는 과학적 추론 과정을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묘사한다고 하는데, 영화는 러닝 타임의 한계로 설명적인 부분을 덜어낸 대신 시각적인 영상미와 인물 간의 드라마, 서사 위주에 더 비중을 둬 대중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 소설을 11페이지 정도 읽은 상태인데, 문장이 간결하고 문체가 건조하고 깔끔한 게 마음에 든다. 얼른 다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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