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는 리뷰: 참신한 설정과 뚜렷한 캐릭터가 돋보였던 '피의게임1'
유뷰트 알고리즘에 걸려서 우연히 뒤늦게 보게 된 피의 게임. 피의 게임은 치열한 두뇌 싸움과 정치질 속에서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으면 상금 최대 3억원을 주는 생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원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하승진이랑 덱스 멱살 잡고 싸우는 장면 보다가 궁금증에 보게 됐다. 둘이 싸우는 장면은 피의 게임 시즌2기는 하지만, 순서상 시즌1부터 보는게 맞을 것 같아서 켰다가 완전 빠져서 거진 3~4일 만에 몰아치기로 다 봐버버렸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두뇌게임보다는 인간관계와 심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치열한 생존경쟁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이 각 상황에서 드러내는 행동과 감정을 보는 게 너무 재밌어서 엄청 흥미진진하게 봤다. 특히나 처음 등장하자마자 1시간 만에 투표를 통해 탈락자를 선정하면서 바로 드러나는 심리전이 나한테 너무나 빅재미를 선사. 그냥 첫 화부터 완전히 동화돼서 볼 수 있었다.
거기다가 첫 탈락자가 완전히 떨어진 줄 알았는데 뭔 지하 창고 같은 곳에서 기생충 같은 삶을 살면서 이를 갈고 있는 설정은... 정말이지 취향 저격이었다. 나중에 제작 PD가 "원래 2등을 좋아해서 탈락자를 그냥 떨어트리고 싶지 않았다"는 인터뷰를 했던데, 나 역시도 현생에서 뛰어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보니 그 누구보다 두 번째 기회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 설정이 너무 좋았음.
정말 그 지하실은 화면 너머로 보기에도 충격과 공포일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보였는데, 보면서 계속 나였으면 그냥 집에 갔을 거라고 100번 생각했다. 방벽에 곰팡이부터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혼자 거기서 나한테 하루라도 자라고 하면 상상하기도 싫은 환경이라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피자 박스 개당 100원씩 쳐주는 것부터 기생충에 그런 현실적인 자본주의 설정이 들어간 것도 킬링 포인트였음.
프로그램은 이렇게 두뇌와 정치 게임을 진행하는 지상과 기생충같이 살아가는 지하, 이를 관전하는 MC들, 세 갈래로 나뉘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렇다 보니 어느 한쪽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스튜디오 MC들이 해설하는 설정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남들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면서 보는 걸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설정인 것 같다. 특히 이상민이랑 장동민의 해설이 재밌었다.
관전 포인트 1. 인간관계와 지리학적인 특성
첫 번째 탈락자가 발생한 이후 방 배정이 자율적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정말 인간관계에 지리적인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방을 같이 쓰는 인원끼리는 지리적으로 한편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고, 애초에 플레이어들도 이걸 알고 있어서 방 배정에 신경을 쓰는데, 이 방 배정 팀이 정말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어져서 관계와 지리학적인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음.
방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두뇌파인 한의사 최연승, 수학 올림피아드 출신 경찰 이태균, 의대생 허준영이 같은 방을 쓰고 의리파인 전 야구선수 정근우와 UDT 출신 덱스, 여행 크리에이터 박재일이 같은 방을 쓰는 것으로 나뉘면서 방별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고, 남자와 함께 방을 쓸수 없는 여자 3명이 한방을 쓰면서 성별 갈등 구도까지 야기하면서 진짜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 와중에 또 남녀 간에 이성적으로 어필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관전 포인트 2. 지하층에 만들어지는 착취 시스템
의식주를 호화롭게 영위하는 지상층과 달리 모든 것을 노동력으로 생산해야 하는 지하층은 생활이 빡빡하자 지상층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는데, 지하층 인원이 3명 이상 모이면서 집단이 형성되자, 뒤에 온 사람을 착취하는 이른바 '짠밥제도'가 생겨버린다. 사실 본인들도 그렇게 뼈빠지게 고생해놓고 다른 사람들한테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좀 반감이 들긴 했는데. 아예 공감 안 가는 감정은 아니었고,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인간의 잔혹함을 실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음.
번외로, 지하층이 독기로 지상층 탈환에 성공했을 때 맨 처음 탈락자인 이나영이 지하실을 떠나기 전에 더럽히고 다음 사람들이 편하게 지내지 못하도록 생활용품을 숨기며 분풀이를 할 때는 좀 소름 돋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자신에게 따듯했던 최연승에게는 또 희생정신(?)을 보여줄 때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한 인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관전 포인트 3. 인생사 새옹지마, 반전의 드라마
이 프로그램은 정말 나중에 뭐가 복이 되고 뭐가 화가 될지 모른다는 인생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우선 지상층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이나영이 지하층에서는 최상위 권력자가 될 수 있었던 것부터, 두 번째 탈락자인 최연승과 세 번째 탈력자인 이태균이 최종 결승전자들이 된 것까지 돌아보면 이 말이 와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우리네 인생 같았음.
특히 퀸와사비나, 허준영은 지상층에서는 꽤 오래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빨리 떨어진 탈락자들이 돼버렸다. 박지민도 일찌감치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히면서 꽤 위태로워 보였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두뇌, 팀전으로 바뀐 상황적인 운 등으로 세미파이널까지 가는 위력을 보여주기도. 이렇게 따지면 인생 그냥 운칠기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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