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작 리뷰)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준 넷플릭스 '브레이킹 배드'
오늘은 지난 나의 한 달 동안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준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감상평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브레이킹 베드'는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천재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몸이 불편한 자식과 임산부 아내에게 유산을 남기고 가고자 마약 제조에 뛰어들어 겪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나는 넷플릭스에서 시즌이 긴 드라마를 찾다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시즌5까지 나온 '브레이킹 배드'를 보게 됐는데, 알고 보니 유수의 시상식에서 다양한 상을 받고 기네스북에까지 역대 최고의 평점을 받은 드라마로 등재된 작품이란다. 역시 수상작인가. 드라마가 첫 반영된 시기가 2008년인 점을 감안하고 정말 지금 봐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영상미와 분위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 드라마를 켰을 때 브레이킹 배드에 대한 내 첫인상은 '엽기적인 호러물 그 자체'였다. 내가 평소 이런 범죄물이나 형사물,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고어물'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드라마 첫 장면과 전개 과정이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니까. 충격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특유의 '유머 코드'가 있다. 아주 진지하고 험악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웃음이랄까. 처음 내가 이 드라마에 애정을 가지게 된 건 그 덕분이었다. 이 정도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연출이라면 믿고 봐도 되겠다는.
그다음으로 내가 이 드라마에 빠져들었던 이유를 꼽자면, 천재 화학교사에서 마약 제조계를 제패한 우리 주인공의 찌질함. 극 중 주인공인 월트 화이트 역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정말 열등감과 자격지심 덩어리의 한 인간의 찌질함을 표정 하나로 평정해 버린다.
나는 이 드라마 주인공들이 대부분 찌질한 게 좋았다. 너무도 찌질한 그들이 한편으론 짠했으므로. 특히나 월트가 그간 한 행동에 와이프에게 "I Feel alive(살아있음을 느꼈어)"라고 말하는 대사는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줬다. 그냥 무력한 인간의 생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특히 월트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시즌5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내 무자비한 살인과 수많은 악행을 행하는데, 그를 사이코패스로 치부하고 욕하면서도 끝내는 그의 승리를 응원하는 나를 보면서 드라마의 탄탄한 각본과 짜임새 있는 연출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끝내 월트 편이 돼버렸기 때문에 그의 제자 제시 핑크는 나한테 발암 유발 캐릭터가 되고 말았는데, 그래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월터와 제시가 끊임없이 서로를 비난하고 의심하고 때론 피 터지게 싸우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봤다.
둘이 합이 맞아서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를 때, 싸우다가 화해하고 결국 둘이 다시 손을 잡았을 때, 위협이 닥치면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 별짓을 다할 때, 나는 그런 장면을 제일 재밌게 봤던 것 같다. 궁극에는 서로 등을 돌리고 완전히 칼을 꽂는 모습에 끝까지 보기 정말 힘들었음.
더욱이 극 중 행크가 죽었을 때 정말 월터 따라서 나까지 다 끝났다 싶어 얼마나 속상했는지. 중간에 몇 번이고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계속 번갈아가며 '고(GO)'를 외치는 월터와 제시 때문에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이었는데, 알고 보면 가장 큰 문제는 그 책이 거기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되고 만다는 것인가...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 외에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약단속국 요원 행크, 냉혹한 해결사 마이크, 뛰어난 전략가 스카일러, 말빨이 특출 난 사울 굿맨, 화학에 진심인 게일, 소시오패스 토드, 치밀한 사업가 거스 프링, 무식한 마약상 투코 등 인상적인 캐릭터를 많이 남겼다. 사실 이렇게 모든 캐릭터들의 특징과 색깔을 제대로 남기기 쉽지 않은데, 역시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
드라마를 다 보고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까지 완주했는데,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다소 지루했다. 그래도 뭐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하고, 제시 핑크맨의 새 출발 과정까지 볼 수 있어서 반갑긴 했다. 빨리 프리퀄 스핀 오프인 '배터 콜 사울'이나 보러 가야겠다. 온갖 스포를 다 해놓고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아직도 브레이킹 배드를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장르·취향 불문 강력 추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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