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는 리뷰) 법정 로맨스였던 '배터 콜 사울'


'배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은 영화 '엘 카미노(El Camino)'에 이은 전작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스핀 오프이자 프리퀄 작품으로, 희대의 마약왕이 된 전직 화학교사를 도왔던 변호사 개인의 삶과 마약 범죄 조직(카르텔) 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브레이킹 배드' 시즌 1~5를 보고 완전히 빠져서 후속 영화 '엘 카미노'에 프리퀄 '배터 콜 사울' 시즌 1~6까지 총 12개에 달하는 시리즈를 단숨에 완주하고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볼까 함.


브래이킹 배드가 선량한 사람이 범죄자로 바뀌는 과정을 담았다면, 배터 콜 사울은 반대로 어릴 때부터 문제아 취급을 받던 악동이 변호사가 되고 개 버릇 남 못 주고 갈팡질팡하다가 종국에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내용을 다룬다. 인간의 내면에 선한 동기를 따르느냐, 악한 의도를 따르느냐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나는 특히 브레이킹 배드 전 시리즈 강점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배터 콜 사울은 강렬한 몇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수 있는 흐름을 캐릭터에 다양한 서사를 부여해 빠져들 수 없게끔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배터 콜 사울의 맥길 형제 이야기도 참 좋았는데, 실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가족사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브레이킹 배드 때부터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지미(사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사실 나에게도 찰스 맥길은 명백한 적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저런 동생 있으면 나 같아도 없던 전자파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이렇게 모든 캐릭터에 각기 다른 사정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서 사람을 마냥 미워하긴 어렵게 만든다. 나는 이 점이 좋았고, 이 드라마 각본을 쓴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브레이킹 배드와 배터 콜 사울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희한하게 내 마음속 적이 죽어도 안 타 가운 기분이 들게 만드는 드라마. 

사실상 별 애정도 없던 나초가 죽을 때는 정말 슬프기까지 했다. 이쪽저쪽에 치여서 이용만 당하다가 개죽음당하는 나쵸...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모습은 거의 순교 버금갔다.

HMM 공동 경영자였던 하워드 햄린의 죽음은 어땠고. 진짜 하워드는 내가 보기에 거의 무구한 수준이었다... 나는 심지어 카르텔의 랄로 살라망카가 죽을 때도 안타까웠음. 

진짜 이 드라마는 절대 악이라는 건 없는 모습인데, 인과응보, 사필귀정 결말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다. 이런저런 사정 속에도 결국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건가.

결론적으로는, 그냥 배터 콜 사울은 법정 로맨스물이었다. 드라마 장르가 멜로로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지미와 킴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정말 희대의 악당 커플 조커와 할로퀸이 연상될 정도로 환상 궁합을 보여준다. 월터와 화이트가 사이 안 좋은 범죄자  부부였다면, 지미와 킴은 하나부터 열까지 쿵짝이 잘 맞는 악동 커플.

그래서, 내 최종 후기는 사울은 로맨티시스트였다임...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사울이 7년만 살다가 나와서 귀여운 악동 짓을 다시 이어가는 결말을 바랐지만... 역시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는 범죄자를 그냥 두지 않아... 😂😂😂

사실 배터 콜 사울을 처음 볼 때만 해도 브레이킹 배드에 너무 몰입한 상황이라 월터나 제시랑 겹치는 내용이 많았으면 하는 시대가 컸는데 정말 시즌 마지막에 얼굴 조금 비춰주는 게 전부라 실망이 좀 컸다. 배터 콜 사울이 브레이킹 배드보다 훨씬 낫다는 평도 많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브레이킹 배드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배터 콜 사울은 한 개개인의 사정과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써서 나에게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에 반해 브레이킹 배드는 자극적인 소재와 사건들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를 뚜렷하게 세우는 기술이 좋았던 것 같다. 

예상외로 배러 콜 사울이 더 진지한 드라마였던 것 같음. 브래이킹 배드 시리즈 특유의 유머가 없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원작 브레이킹 배드의 재기발랄한 유머가 나랑 더 잘 맞았다. 그래도, 브레이킹 배드부터  엘 카미노, 배터 콜 사울까지 다 재밌게 봤고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전 과정 완주를 강력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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