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잔잔한 힐링물 한국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오늘은,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보고적는 지극히 사적인 감상평 포스팅. 나는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방송이 다 끝나고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잔잔한 힐링물로 추천도 하고, 같이 후기를 나눠보고자 해서 들고 와봤다.

드라마는, 서울에서 자리잡고 살던 여주인공(박민영)이 엄마의 고향이자, 학창시절을 지냈던 시골마을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요즘 '갯마을차차차'랑 '우리들의블루스' 같이 시골마을에서 느껴지는 정 넘치고, 인간미 풀풀 풍기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데 이 드라마도 우리나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내용을 다뤘다고 해서 볼 결심을 했었다.

다만 초반부터 좀 너무 정적인 분위기에 어딘가 모르게 어둡게 그려진 감성이 좀 거북스럽기는 했었음.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웃으며 눈물닦기 식의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하는 1인데, 인생도 퍽퍽한데 드라마까지 고구마면 보기 싫어지기 때문. 특히나 이 드라마는 특별한 우울한 사건도 없이 초반 전개가 조금 어두워서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 시청률도 그래서 저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그래도, 볼수록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일단 여주인공의 이모인 심명여(문정희 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부터 극의 몰입도가 절정에 이른다. 그 전까지는 산짐승처럼 자란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와 살인자의 딸로 자란 여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어쩐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데 심명여가 선글라스를 벗은 뒤부터는 모든 전개에 힘이 실어지는 느낌. 

특히 이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잔잔한 힐링물로 추천하는건, 보고 난 뒤에 남는 여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률도 저조했고, 다소 오글거리는 설정과 대사들도 많았지만 어딘가 무뚝뚝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부분이 있었던 드라마. 

캐스팅도 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정희 연기도 꽤 가슴을 울렸고, 서강준도 산에 살던 문학소년 역할이 꽤 잘 어울렸다. 서강준은 눈동자 색깔이 조금 특이한 배우인데,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늑대소년이 생각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임은섭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엄청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강준과는 잘 어울렸다는 생각.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로맨스가 여주인공인 목해원(박민영 역)과 임은섭(서강준 역) 이야기 보다는 심명여(문정희 분)와 차윤택(황건 역) 이야기나 이장우(이재욱 역)와 지은실(양혜지 역)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아쉬운 부분.

확실히 이야기 완성도나, 개연성 부분에서 확실히 미흡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심명여가 죄책감에 자신의 인생을 망친 부분이나, 자기 학대를 하는 모습까지는 어떻게든 공감이 가는데 이제와서 자수를 결심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남 자 주인공의 삼촌이 돌연 나타나서 우리는 혼자 살아야되는 인간이라면서 같이 살자는 이야기도 그렇고, 어딘가 좀 작위적인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좀더 힘을 빼고 전개했으면 더 무겁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