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 먹킷리스트 | 대구 당일치기 | KTX 기차여행 |


오늘은 친구 따라 강남... 아니, 대구 갔다 온 당일치기 여행 리뷰. 친구가 급한 볼일이 있어서 대구에 가는데, 같이 여행할 겸 따라갔다 왔다. 서울에서 오전 11시 40분 KTX를 타고 동대구역 갔다가 오후 8시 36분 차로 돌아오는 빠듯한 일정이었는데,  첫 대구 방문에 어디를 가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역의 향기와 먹거리가 가득한 서문시장으로 결정. 모두 내돈내산으로 한 여행이다.

우리는, 서울 영등포역에서 KTX 일반석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기차 탔으니 맥반석 계란 한번 먹어줘야지. 요즘 KTX는 간식카트가 사라지고, 키오스크 자판기에서만 살 수 있게 바뀌었는데 계란이나 김밥 같은 주전부리가 없어서 먹고 싶으면 타기 전에 꼭 편의점에서 사서 타야 한다. 서울 영등포역에서 대구역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행은 날씨가 반인데. 내가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그렇게 우중충하게 생에 첫 동대구역 도착. 동대구역은 신세계 백화점과 연결돼 있었다. 시간만 많으면, 대구 백화점도 구경해 보면 좋으련만 오늘은 바쁘니 패스. 택시를 타고 바로 서문시장으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9000원 안팎으로 나옴.

도착하자마자 역시. 서문시장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듦. 아, 너무 좋은 시장 분위기. 지식백과에서 봤는데, 대구 서문시장은 조선 후기 삼남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고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관광지화된 모습이다.

서문시장에 오기 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를 좀 검색해 봤는데, 이 씨앗호떡과 콩나물 어묵이 나왔었다. 씨앗호떡은 개당 1000원인데 디저트 메뉴기도 하고, 줄도 길고, 식전이라 밥 먹고 돌다가 다시 와야지 했더니 문 닫고 없어져 버려서 못 먹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콩나물어묵도 주전부리로 먹으려고 남겨뒀더니 나중에 배가 불러서 못 먹겠더라는. 아무래도 대구에 또 오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대신 우리가 선택한 늦은 점심 메뉴는, 돼지갈비찜이었다. 이 삼미갈비찜은 서문시장 골목 안으로 살짝 깊숙이 들어가면 자리해 있는데,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맛집이라고 함. 요즘 물가 상승률 때문에 가격이 다소 오른 듯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여전히 가성비 좋은 곳이다. 돼지갈비찜 1인분에 9000원. 공깃밥 추가하면 1000원.


정겨운 가게 분위기도 분위기고, 착한 가격도 가격인데. 여기 돼지갈비찜, 맛있다. 양념에 마늘 향이 강한데 약간 중독되는 맛. 친구는 청국장이 맛있다면서 한 그릇 뚝딱함. 공깃밥은 거의 대야 같은 대접에 주는데 1개만 시켜도 두 명이서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넉넉함. 방송이고 어디고 요즘 광고가 너무 많은데, 속는 셈 치고 와봐도 괜찮다고 추천함.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양념 진짜 괜찮았다.

다음으로는 가볍게 길거리에서 파는 번데기도 먹어줬다. 한 컵에 2000원. 그냥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번데기 맛이다. 다만, 이거 사 먹은 건 좀 후회되는 게 이거 먹을 시간에 씨앗호떡 먹을 걸... 배만 차고... 그래도 번데기는 단백질도 많고 맛도 평타 수준이니 뭐.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디저트는 이 옛날 카스테라. 여기저기 구경 다니는데, 이 빵이 나오는 타이밍에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고소한 냄새에 홀려서 넋 놓고 카스테라 컷팅을 보다가 홀리듯이 길게 늘어선 줄 뒤로 서게 됐다.

빵이 한 10분에 1판씩 나오고, 그 한판을 8조각으로 잘라서 파는데 다들 2~3개씩은 사기 때문에 대략 40~50분 정도 기다려서야 겟할 수 있었다. 정말 눈물 젖는 빵. 이 1개에 9000원(치즈맛은 1만 1000원)인데 우리도 기다린 게 아쉬워서 2개 샀다. 

근데 정말 맛은 있다. 폭식 폭신하고, 부들부들한 게 적당히 달고, 계란이 듬뿍 들었는지 계란빵 맛도 난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어도 맛있음. 시간적 여유만 된다면 이 카스테라도 꼭 사 오길 추천함.


배가 좀 불렀지만, 대구 서문시장 가면 꼭 칼제비를 먹고 와야 한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들러봤다. 이곳 칼제비 맛은 다 똑같다고, 앉으라기에 우리는 늘어선 가게들 가운데 중앙분식이라는 곳에 앉음. 간판에 가격은 안 나와 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여쭤보니 칼제비 5000원이고, 곱빼기는 1000원 추가해서 6000원.

우리는 배가 불러서 1개 시켰더니 곱빼기를 두 그릇에 나눠 담아 주셨다. 근데 정말이지 이 칼제비 안 먹고 왔으면 안 될 뻔했다. 칼제비가 다 같은 칼제비인 줄 알았더니 생전 먹어본 칼제비 중에 정말 단연 최고였음. 배추 들어간 국물 정말 시원한 데다가 깨가 듬뿍 들어 너무 고소함. 면과 수제비 반죽도 진짜 일품. 

먹다가 테이블 위에 있는 양념장을 넣어서 빨갛게 먹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정말 맛도리다. 왜 서문시장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칼제비를 추천하는지 알만.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이 칼제비는 서문시장 왔으면 꼭 드시길 추천.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정말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게 맛있다.

이것저것 먹고 시장도 다 구경했는데, 날은 춥고 기차 놓칠까 봐 2시간 미리 와서 동대구역에 있는 범표어묵도 들러줬다. 이 가게는 체인점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구 아니고 부산 음식이라고 함. 그래도 같은 경상도니, 뭐. 가봤다.

하루종일 먹방을 찍은 탓에 아직 배가 다 안 꺼진 상태라, 우리는 4000원짜리 어묵 듬뿍 김밥 순한 맛과 6000원짜리 얼큰 어묵우동을 시켰다. 평소 어묵을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어묵김밥 뭔데 이리 맛있지? 배만 안 불렀어도 더 사 왔을 것 같이 별미였다. 얼큰어묵우동은 매운 떡볶이 국물에 가락국수면 사리와 어묵을 추가한 맛. 맵부심이 먹어도 꽤 매운 편. 맛있게 먹고 KTX 탔더니 정말 곯아떨어짐.

정말이지 이번 대구 먹여행은 대성공이었다. 먹는 족족 다 맛있었고, 대구에 맛있는 음식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음. 다음에 또 와서 대구 막창골목도 가보고, 이번에 못 먹은 씨앗호떡도 먹어봐야겠다. 대구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상, KTX 타고 대구 당일치기 여행 다녀온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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